|
|
|
|
HOME > e아름다운세상 > 생태 기행
|
|
|
|
그렇다면 과연 연어는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정확히 돌아올 수 있는 것일까. 아직 확실하게 검증된 학설은 없다. 다만 연어가
태어날 때 선천적으로 하천을 감지할 수 있는 유전능력을 지녔다는 설과 후천적으로 모천에 머무는 동안 하천의 냄새를
익혔다가 성어가 되어 연안에 접근하면 어릴 때 익힌 하천의 냄새를 기억하여 회귀한다(연어의 후각을 차단하면 회귀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있음)는 두 가지 학설이 유력하다. 이 밖에도 태양의 위치나 밝기로 방위를
인식한다는 설과 염분 농도의 차이를 인지해 회귀한다는 설, 하천과 연안의 미세한 지구 자기장을 통해 감각의 안테나로
모천을 찾는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
|
태평양산 연어의 종류는 첨연어, 곱사연어, 왕연어, 홍연어, 은연어, 시마연어(송어를 말하며, 이것이 바다로 나가지
않고 계류를 타고 올라간 녀석이 산천어 족속이다. 그러므로 연어와 송어, 산천어는 한 식구다.), 아마고연어 등
7종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동해 하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종류는 첨연어와 시마연어 두 종 뿐이며, 첨연어가
다수를 차지한다. 남대천으로 회귀한 연어의 몸길이는 42~84센티미터 정도, 몸무게는 2~6킬로그램까지 다양하다.
가장 많은 연어들이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시기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적게는 하루 200마리에서 많게는 2천
마리의 연어가 북태평양 베링해를 뒤로 하고 남대천으로의 귀향 행렬에 오른다.
오랜 여정 끝에 회귀에 성공한 암컷은 물 온도가 4~11도, 물 깊이 3미터 이내의 모래나 자갈이
깔린 강바닥을 택해 산란처로 정하고, 꼬리를 이용해 깊이 50여 센티미터, 너비 1미터 안팎의 구덩이를 여러 개 판
뒤(약 이틀에 걸쳐), 2500~3000개의 앵두빛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낳고 나면 수컷은 그 위에 골고루
정액을 뿌려 수정을 시킨다. 수컷의 방정이 끝나면 암컷은 다시 수정된 알을 보호하기 위해 자갈과 모래로 산란처를
덮어 은신시킨다. 또한 수컷은 산란처 주위를 돌며 다른 고기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선다. 산란기에 수컷의
주둥이가 뾰죽한 갈고리처럼 구부러지고, 행동마저 난폭하게 변하는 것도 이와 같은 경계근무의 필요성 때문이다.
산란의 임무가 끝난 암수는 보통 3일 내에 기진맥진하여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숨을 거두게 된다.
모험으로 가득찬 연어의 여정은 이렇게 끝나고 만다. 사실 연어는 강이 가까워오면서부터 상류를 거슬러 오르기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극심한 영양실조와 피로로 인해 온몸이 허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연어는 오로지 뱃속의 알을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강을 거슬러 오르고자 애쓴다. 지극한 모성이다. 순전히 녀석들은 알을 낳고, 방정하기
위해 1만 8천~2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몇 만 리 긴 여로를 헤엄쳐와 숭고하고 장엄한 최후를 맞는 것이다.
암컷이 낳는 알의 크기는 약 0.7센티미터 정도로 두 달 여가 지나면 부화한다. 이렇게 깨어난
새끼 연어는 한달에서 달포 가량 하천에서 적응기간을 거친 뒤, 물결을 따라 바다로 나아간다. 남대천을 떠난 연어가
주로 서식하는 곳은 캄차카 반도와 북미 대륙 사이의 북태평양 베링해 지역이며, 바다의 플랑크톤과 생물을 먹으며 차츰
성어로 성장한다. 다 자란 연어는 몸 길이 약 1미터, 등 쪽은 남회색, 배 쪽은 은백색을 띤다. 약 3~4년을
바다에서 보낸 연어는 이제 가을이 되면 모천으로의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때 녀석들이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속도는 시속 약 45킬로미터(참다랑어보다는 느리고, 고등어보다는 훨씬 빠르다)에 달한다.
|
|
|
남대천은 하류의 강폭이 넓고, 수량이 많은데다 물이 맑고 강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맞춤하게 깔려 있어 연어의
산란터로는 더없이 좋은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로 회귀하는 연어의 약 70퍼센트 가량이
남대천을 모천으로 삼고 있다. 남대천 외에도 고성의 북천과 명파천, 강릉의 연곡천과 낙풍천, 주수천, 삼척의
오십천과 마읍천, 가곡천, 울진의 왕피천 등이 연어의 모천으로 손꼽힌다. 연어의 회귀율은 나라마다 달라서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 러시아의 경우 2~3퍼센트이고, 한해 방류량도 5억~20억 마리에 달한다.
이들 나라 중, 회귀율이 2퍼센트에 못미치는 나라는 북태평양에서 연어 포획을 금지하는 이른바
자기들만의 연어어업협정을 맺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내수면 연구소에서 연어 회귀율을 2퍼센트 이상 높이려 애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양양에 있는 내수면 연구소에서는 연어의 회귀율은 물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남대천 하류에 포획망을 설치해 상류로 회귀하는 연어를 잡아 채란을 한 뒤, 인공 수정을 하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산란할 경우 연어의 생존율은 20퍼센트 안팎, 인공 수정을 통하면 80퍼센트까지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연어의 채포에서부터 방류까지의 과정은 이렇다. 우선 남대천 하류에 설치한 포획망으로 연어를 포획한
뒤, 암수를 구분해 암컷은 직사광선을 피해 채란을 하고, 수컷은 배를 눌러 정액을 알 위로 짜내어 수정시킨다.
수정된 연어알은 부화기로 옮겨지며, 외부의 빛을 차단한 채 섭씨 8도의 수온을 유지시켜 준다. 30일 정도가 지나면
알에서 눈이 생기고, 눈이 생긴 지 50일이 지나면 부화가 되어 양어지에서 체내의 난황을 영양분으로 흡수하며 자어로
자라게 된다. 자어가 된 지 30일이 지나면 다시 야외 사육지로 옮겨져 치어로 자라게 되는데, 크기가 약 1그램
정도 자라는 2월 말~3월 중순에야 하천으로 방류하게 된다.
그러나 생존율과 회귀율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수정과 부화, 치어 방류를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자연계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모천을 찾아온 연어에게는 자신이 태어난 장소에 알을 낳고
수정시키고 숨을 거두는 일이 마지막 임무인 셈인데, 사람이 그들의 마지막 임무마저 앗아가 버리는 꼴이 된다. 물론
이것이 미래의 수산자원을 위한 것이고, 생존 위기에 처한 연어를 보살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
|
|
|
글|이용한 시인 . 사진|심병우 사진가
|
|
|
|